잠 얼마나 자야 하나

최고관리자 0 28,323 2019.01.04 14:39
폴라 래드클리프(Paula Radcliffe)가 여자 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을 세운 후 기자 회견에서,

최고기록의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4S가 제 성공의 엔진이에요…”.

폴라 래드클리프가 마치 무슨 족집게 과외 교사처럼 말하는 ‘4S’란 무엇인가.

‘4S’란, ‘Sleeping(잠)’, ‘Strengthening(근력강화)’, ‘Science(과학)’, ‘Support(지원)’을 말한다. 세계최고기록의 비법이라 해서 잔뜩 기대했지만 하나만 빼고는 너무 당연했다.

독특했던 그 하나는 바로, ‘잠(Sleeping)’이다. 폴라의 경우 훈련시 밤잠은 9시간, 보너스로 낮잠은 2시간이나 잔다고 한다. 거의 신생아 수준이다. 아~! 부러울 따름이다.

과연 얼마나 자야 제대로 잤다고 할 수 있을까? 달리기를 위한 적정의 수면 시간은 얼마가 적당한가? 항상 쫓아 다니는 궁금증이다.

잠은 먹고 마시는 것만큼 중요하다. 식욕,성욕이 있듯이 수면욕 또한 인간의 본성이니 말이다. 수면부족은 근육의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포도당의 생성을 방해한다. 특히 과도한 훈련후에 수면은 몸을 회복시키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특히 마라톤 훈련을 하는 사람은 안 하는 사람보다 충분히 많이 자야 한다.

또한 수면부족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마라톤 훈련 등 과도한 훈련시 더욱 취약해진다. 6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은 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서 50%가량 면역기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도 강한 훈련이 계속되면 어김없이 목 감기가 찾아온다.속 모르는 사람들은 다들 그런다. “아니, 그렇게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사람이 왠 감기?”냐고. 우리가 감기 걸렸을 때, 많이 자라고 하는 이유다. 또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많이 자야 감기도 안 걸리니 말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수면부족’과 ‘체중증가’의 관련성을 보여주고 있다. 6시간 미만으로 잠을 잘 때, 식욕을 조절하는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입맛과 넘치는 체중으로 고민하는 러너들은 너무 적게 자고 있지 않는지 꼭 점검해 봐야 할 일이다.

우리는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라며 바쁜 일상에서 한 박자 쉬어 인간의 본성을 충족 시키기도 한다. 앞으로 이 말보다는 ‘다 잘 자자고 하는 일인데…’라며 충분히 잠잘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우리처럼 강하게 달리는 러너에게는..

실제로 나의 경우, 잠이 부족한 날에 강한 훈련을 할라치면, 일단 의욕이 안 생긴다.

축 쳐지는 느낌, 무거운 몸을 느끼고, 평소 가뿐하게 달리던 거리도 천리 만리처럼 느껴진다. 배고픔은 차라리 낫다. 헝그리 정신은 몸을 더욱 가볍고 강하게 해주니까. 하지만 졸린 사자는 사냥을 안 한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는 사냥을 안 할 때는 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잔다. 스피드는 충분한 수면에서 나온다. 충분한 수면은 ‘제2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바쁘게 부지런히 사는 건 좋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지 말자.


‘달리기 의욕’만을 담보로 하여 밀어 부치면 수면부채(負債)를 감당 못하게 되고, 결국 부상이라는 ‘이자’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잠이 부족할 때는 차라리 시원하게 쉬자. 그리고 충분히 자자. 그것이 몸에 보탬이 되는 일이다.

잠은 럭셔리함을 뽐내는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특히 강한 훈련을 하는 주자에게는.

나의 경우, 먹는 건 부실히 먹어도 잠은 충분히 자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별일 없는 한 8시간 이상 잔다. 그래야 게운하다. 그래야 인터벌 훈련도 잘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한다. 내가 ‘불멸의 이순신’도 안 보고 바로 자는 이유다.



<수면부족 자가진단>

l  훈련을 강하게 할수록 더 많이 쉬어야 한다.  전주 대비 10% 더 뛰었을 때,

  더 자면: +1 ,    예전과 동일하게 자면: 0 ,    덜 자면: -1

l  밤잠 중, 수면방해 또는 장애요소가 생기는지

없다: +1,    1~2번: 0,    2번 이상: -1

l  휴식을 잘 취한 사람은 잠을 청하는데, 15분 걸린다고 한다. 그보다 빨리 잠드는 사람은 수면 부족상태.

15분: +1,  5~15분: 0,    5분 미만: -1 

l  잠자리 전 걱정거리가 있으면 수면시간을 까먹게 된다.

평온한 상태: +1,  대체로 안정: 0,    복잡한 머리속: -1

l  식사를 건너 뛴다거나, 취침 전 과식, 수분 부족 등은 수면장애를 일으킨다.

4~6시간마다 식사: +1,  삼시 세끼: 0,  부실식사&수분부족: -1       



<결과>

l  0점 또는 그 이하:  “빈 연료탱크로 뛰는 당신”….

왜 충분히 못 자는지 원인을 찾아 보시라. 그리고 그 문제점들을 나열해 보라.

취침 전 마음이 산란하다면, ‘일기’를 적어 보시라.

주간 주행거리가 많았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자.

자기가 통제 가능한 일부터 집중하면,

나머지 것들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l  +1~+3점: “좀 더 개선할 여지..”

1~2시간 정도 더 자자. 점진적으로. 처음엔 10분 일찍, 다음날엔 20분, 그 다음날엔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자. 그것이 불가능하면, 20분간의 낮잠으로 보상하자.

l  +4 이상:  “당신은 항상 상쾌한 아침”

회복이 잘 돼 있는 당신은 나무랄 때 없는 상태. 훈련량의 증감에 따라 수면시간을 조율하세요. 그리고 지금처럼 스트레스를 잘 견제하시고, 영양상태도 잘 유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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