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마무리

최고관리자 0 25,018 2019.01.04 14:11
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마무리…보스턴 출신 러너들 성공 거둬

'프로그레션 런’(progression run)은 새롭게 등장한 달리기 용어인 듯 들리지만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러닝타임스 필자이자 올림픽에 2회 참가한 운동생리학자 피트 피징거(Pete Pfitzinger)는 “보스턴 지역 러너들은 이미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부터 프로그레션 런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이 이 훈련법을 택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피징거는 자신을 비롯, 빌 로저스(Bill Rogers), 밥 하지(Bob Hodge), 그렉 마이어(Greg Meyer) 등 보스턴 출신 러너들의 성공적인 사례를 볼 때 프로그레션 런의 효과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레션 런에 대한 고찰

프로그레션 런은 소요 시간과 빈도, 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그리고 그 어떤 형태라도 효과는 확실하다. 2004년 올림픽 미국 대표이자 현재 아프리카 선수들과 함께 나이키 오리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댄 브라운(Dan Browne)은 미국과 케냐의 훈련 방법 중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이 프로그레션 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이 훈련 덕분에 지난 몇 년간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경기에서는 막판에 속력을 확 끌어올려야 하죠. 그런데 그때가 바로 가장 지쳐 있을 때라는 게 문제예요.”

그는 미국의 엘리트 선수들은 통상 10마일 달리기 훈련을 할 때 1마일당 6분 페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반면, 케냐 선수들은 처음에는 7분 페이스로 시작해 나중에는 5분 페이스로 마무리하는 프로그레션 런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나라 선수들이 같은 시간에 10마일을 주파하지만, 케냐 선수들의 방법이 실제 레이스에서는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미국팀 마라톤 대표로 출전했던 키스 다울링(Keith Dowling) 역시 프로그레션 런 혜택을 본 사람이다. 그는 특히 프로그레션 런 도중 취할 수 있는 ‘농축된 휴식(intense relaxation)’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프로그레션 런은 아주 케냐적이에요. 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끝맺지만, 달리는 동안 한순간도 긴장하는 때가 없죠.”

다울링이 프로그레션 런을 처음 접한 것은 2002년 보스턴 마라톤을 준비할 때였다. 일요일 장거리 훈련 때 처음 프로그레션 런을 시도해 봤다는 그는 일단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장거리 훈련 2번 중 1번 정도만 프로그레션 런을 실시했다. 우선 총 16∼26마일의 거리 중 처음 8∼18마일은 1마일당 6분30초∼6분40초의 속도를 유지했다. 그런 후 다음 8마일은 매 2마일마다 속도를 조금씩 높여 나갔다. 마지막 0.5마일에서는 그의 목표 마라톤 페이스인 1마일당 5분의 속도로 달렸다.

다울링 역시 브라운처럼 프로그레션 런이 육체적인 면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대회 준비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프로그레션 런의 가장 큰 효과는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겁니다. 이건 마라톤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마라톤 선수라면 경기 중 너무 자주 역치(threshold)에 도달하는 걸 바라지 않을 거예요. 프로그레션 런 훈련은 이런 최고 한계점을 서서히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페이스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기 때문에 신경 시스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죠.”

브라운은 처음 프로그레션 런을 접했을 때는 다른 훈련과 마찬가지로 적응과 회복 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점차 적응이 되자 새로운 차원의 힘의 단계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레션 런 훈련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힘이 점점 쌓이는 것을 느꼈어요.”

또한 프로그레션 런은 단지 강도 높은 트랙 훈련 때뿐 아니라 회복을 위한 가벼운 훈련에도 사용될 수 있다. 브라운은 “강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접근법은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레션 런의 실행 방법

코치이자 운동생리학자인 그렉 맥밀란(Greg McMillan)은 초보에서부터 일류 선수까지 누구나 프로그레션 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프로그레션 런이 효과적인 3가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첫째,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면 근육을 워밍업할 수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을 줄이고, 이후 속주(速走)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도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스태미너를 필요로 하는 속주 훈련의 총량을 늘릴 수 있죠. 마지막으로는 이런 강도 높은 훈련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입되는 노력은 적은 편이고 회복도 빠르다는 겁니다.”

맥밀란은 3가지 프로그레션 런 훈련법을 소개했다. 먼저 그가 ‘3분의 1 훈련’이라고 소개한 방법은 훈련 거리 중 처음 3분의 1은 가볍게 달리고, 그 다음 3분의 1은 일정하게 혹은 보통의 속도로 달리며, 마지막 3분의 1은 하프 마라톤 페이스나 마라톤 페이스(대략 최대 심박수의 80∼90%)로 달리는 것이다. 페이스는 서서히 점진적으로 높여야 하고, 훈련 시간도 처음에는 대략 45분 정도로 하고 이후 조금씩 늘려가는 게 좋다.

맥밀란은 “이미 많은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3분의 1 프로그레션 런 훈련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훈련 후 완전히 회복됐을 때 선수들은 이런 식의 달리기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3분의 1 프로그레션 런은 마라톤 선수들에게 특히 유용하지만 템포런처럼 해서는 안 되고, 아직 훈련으로부터 회복되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위험하다.

프로그레션 런의 두 번째 방식은 필라 디스커버리 USA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DUSA’다. 맥밀란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진 이 훈련법은 훈련 거리의 75∼90%를 일정한 속도로 가볍게 달리고, 나머지 10∼25% 동안에는 페이스를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훈련이 잘 된 선수들이라면 하프 마라톤이나 10000m 레이스 페이스로 마지막 0.25마일을 전력 질주하면 된다. 그런 다음에는 쿨 다운을 위해 5분 정도 가볍게 뛰거나 걷는 것이 좋다.

“3분의 1 훈련과 비교하면 DUSA는 조금 더 짧은 시간 동안 조금 더 빠른 페이스로 달리는 방법이죠. 몸에 전해지는 자극도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숙련된 마라토너라면 훈련 시간을 약 90분 정도로 하되 마지막 15∼25분은 빠르게 달리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훈련 거리가 얼마가 되든지 그 중 6분의 1 정도는 10000m나 하프 마라톤 레이스 페이스로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방식은 폴 터갓(Paul Tergat)이 200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계기록을 세우기 전에 실시했던 일명 ‘슈퍼-패스트 피니시(Super-Fast Finish)’다. 맥밀란은 “이름이 모든 것을 다 설명하고 있다”면서 “보통 속도로 일정하게 달리다가 마지막 3∼6분 정도를 5000m 경기의 막판 질주와 같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마지막 전력 질주는 근육 단련과 집중력 증가, 젖산역치 향상을 통해 스피드와 스프린팅 능력을 키워주고, 소요 시간이 짧은 만큼 부상의 위험은 적다. 한편 이 훈련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빨리 달리는 것에 익숙해져야 스피드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맥밀란은 프로그레션 런의 장점 가운데서도 특히 ‘회복성’에 주목했다.

“경험에 의하면 무리한 훈련이나 극심한 피로, 저조한 경기 결과 때문에 고통받는 선수들은 대체로 회복을 위해 가볍게 달려야 할 때에 너무 심하게, 너무 빨리 또 너무 오랫동안 달려서 문제가 된 경우죠.”

브라운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무리하게 훈련하는 사람들은 꼭 쉬엄쉬엄 해야 하는 날에 너무 많이 달리죠. 그런데 프로그레션 런을 하면 처음에는 꼭 천천히 달리게 되고, 또 매일 적당히 빠르게 달리게 되니까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출처: 알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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